I am a Korean novelist Yeungkwan Kim. Here Fictions!!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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...........꽃과 벌..........................2000/6
김 영 관 (Youngkan Kim. Korean novelist)
벌 한 마리가 벌써 이틀째 망문 밖에서 윙윙거리고 있다.
아마 꽃을 찾아 온 것이리라...
그러나 제 아무리 벌이라 해도 가는 철사가 그물 모양 얽힌
방충망을 어떻게 뚫고 들어온다는 말인가?
베란다에는 야생화가 피고 있다.
벌을 맞이 하지 못하는 꽃인데도 이상하게 해마다 다시 번식한다.
종자가 퍼뜨려지고 있있던 것이다.
혹 다른 데서 퍼온 흙속에 씨앗이 있었던 게 아닐까?
나는 어떻게든 문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내의 반대가
만만치 않다. 아이들이 벌에 쏘일까봐 그런 모양인데, 내가 보기에는
아내가 더 겁을 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.
벌이 꽃을 놔두고 사람을 쏠까?
그러나 괜한 평지풍파 일으킬까 난 벌을 못 본 척 했다.
그러고 보니 꽤 독한 못 된 벌 같아 보이기도 했다.
통통하니 예쁜 벌이 아니라 배싹 마른 거미 같이 생긴 벌..
분명 그때는 그렇게 보였다.
꽃은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고 모두 창문 쪽으로 몸을 틀었다.
아침에만 베란데에 햇살이 비치기 때문이다. 물은 내가 자주 주지만
바람과 벌은 기다려야 한다, 바람은 방충망을 뚫고 들어올 수 있지만
벌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.
말벌의 반격.
그래, 분명 말벌이었다.
간밤에 우리 식구는 그게 나방인 줄 아랐지만, 현명안 아내만은,
"당신 망문 열어서 벌 들어오게 한 거 아냐?"
하고 나를 몰아 세웠다.
"천만에 만만에 콩떡."
그렇게 대답하고 겨우 그 자리를 무마시킬 수 있었지만, 분명
시커면 것이 천장을 날아 다녔다.
처음에는 나방니 줄 알았는데, 그리고 가슴을 졸이며 혹시나
밤에 아이들을 물지나 않을까, 싶어 조마조마했는데 오늘 보니
시커먼, 무서운 말벌이었다.
이 녀석이 밤새 어떻게 이동했는지, 하기야 날아 왔겠지만,
내 방 창문을 열었을 때, 녀석이 방충망에 붙어 있는 게 아닌가!
나는 시껍했다.
평소에 보기 드문 재빠른 동작으로 나는 방충망을 확 열었다.
시커먼 말벌이 휙 빠져 나갔다.
사실 소설을 이렇게 쓰면 다음 쓸 것이 없어진다.
왜냐하면 말벌은 날아 갔으니까.
그 말벌로 기승전결을 이루어야 좀 재미있게 되는데,
나는 지쳤기 때문에 속 급하게 결론부터 짓고 말았다.
이렇게 이 소설이 끝나면 독자들은 누구 약 올리나, 할 것이기
때문에, 또 여기까지 참고 읽어주신 보답도 할 겸 더 쓰긴
쓰겠는데 재미있고 없고는 보장 못한다!!
베란다에 있는 꽃은 햇볕을 그리는지, 말벌을 그리는지
고개를 획 창가로 전부 돌렸다, 햇볕이 그리워서겠지, 아직
익지도 않은 놈이 설마 벌써 말벌을...
하기야 익으면 다 된 것이니 익기 전에 말벌을 신랑으로
맞아들여 뭔가 일을 치러야 하지 않는가.
내가 본 말벌이란 놈, 참 힘은 좋게도 생겼더라만, 머리가
모자라는 게 아닐까? 밤새 꽃과 번롱하며 잘 놀았단 말인가?
그렇게 빨리?
꽃이 한 두 송이가 아니다, 꽃이라고 해 봤자 아직 덜 핀
좁쌀만한 것들이 한 50송이 피려 하고 있는데 말이다.
말벌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.
하룻동안 굶고 겨우 탈출을 했으니까.
내가 방충망을 열어 준지도 모르겠지만,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.
나는 베란다로 갔다.
그리고 꽃이 핀 화분들을 햇볕이 잘 드는 현관문 앞
복도에 내다 놓았다.
그리고 다음 날, 나는 현관문 틈으로 이 도시에서는 요즘 보기 힘든
하얀 배추나비가 훌훌 날아 오는 것을 보았다.
난 그 나비가 날아가 버릴까봐 그냥 꽃에 앉은 나비를 생각했다.
이제 벌도 올지 모르지......
..........끝.........2000/6/29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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